요즘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 글로리 시즌 2와 Chat GPT. 사방에서 연일 떠들어대니 도리어 반감이 생길 지경입니다만.. 드라마의 경우에는 안 보더라도 개인의 취향 문제로 존중받을 수 있었는데, Chat GPT는 모르면 갑자기 세상과 등을 진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찾아보니 시중에 관련 도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와중, 국내에서 최초로 출간되었다는 전망서가 있기에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 저자
- 이시한
- 출판
- 북모먼트
- 출판일
- 2023.02.28
책은 제목 그대로 GPT 제너레이션 즉, GPT 세대가 될 우리에게 챗GPT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개괄합니다.
저자는 기술, 인문, 경제 지식 큐레이터로 불리는 이시한 작가입니다. 책 속 저자 소개에 따르면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총 80여 권의 책을 냈고, 유튜브 채널 "시한책방"을 운영하고, tvN 방송 "문제적 남자"의 기획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일명 "프로 지식 탐험가"로 방송 활동 및 강연 경험도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핵심 내용 요약
이 책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3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1) Chat GPT 3.5가 아주 근본적인 변화의 물꼬를 텄습니다. (= 큰 거 왔다)
예전에 우리가 알던 인공지능 챗봇과는 근본부터 다릅니다. 무의식중에 '심심이' 정도의 답변을 예상했던 저도 첫 사용 시 정말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예상하던 답변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대화가 가능했는데, 저자는 바로 그 지점이 이번 3.5 버전이 주목받는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기존에도 GPT는 존재했었습니다만, Chat GPT 3.5는 사람의 언어를 학습시켜 "기계어"를 모르더라도 대중들이 쉽게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GPT-3.5에서는 텍스트에 대한 사람의 판단을 함께 가르쳤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GPT-3.5를 설계했다는 것입니다. (…) 기술적으로는 대단하지 않을 수 있어도, 대중들이 느끼는 감각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대중들은 최신 기술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을 원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에 대한 설명을 해도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만 나열한다면 대중과의 소통은 실패입니다. 과학자로 유명한 사람들이 그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분야의 지식을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책을 쓴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 본문 발췌
또한 기존의 AI처럼 단순히 라벨링 된 데이터만 학습하는 게 아니라, 각 요소 간의 수학적 패턴을 신경망으로 학습하고 그에 대한 인간의 반응까지도 함께 학습시켰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text만이 아닌 context를 이해하고 언어 기반의 결과물을 내어줍니다. 현실 속 인간과 인간 사이의 대화처럼, 기계어가 아닌 "자연어"로 맥락을 이어가는 진짜 소통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 외에도 현대인들이 그간 이용해 온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바야흐로 검색과 큐레이션의 시대가 저물고, 교육과 직업 가치관이 모두 재편됩니다. 나아가 결국 인류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고도화된 기술의 혜택을 이미 충분히 누리고 사는 인류에게 또다시 새로운 기술 발전의 희망을 보여주는 신기술인 겁니다.
2) GPT 제너레이션에게는 주입된 “지식”이 아닌,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지혜”와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연결시킬 재료가 많을수록 그만큼 창발성의 확률이 높아지는데, GPT는 여러 다양한 팩트와 정보들을 빠른 시간에 제시해 줄 수 있죠. 이런 정보들이 많을수록 조합은 늘어나니까, 다양한 연결의 결과들을 도출해 볼 수 있습니다. AI를 최대한 잘 활용하는 법은 기술이 아닙니다. 안목입니다. 그 안목은 분석력이라기보다는 연결력에 가깝습니다.
- 본문 발췌
더 이상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식에만 기대어 살아남긴 어렵겠습니다. 개개인의 디지털 환경 적응 방면에서도 충분히 그렇겠지만, 업무적으로 상승 욕구가 있다면 특히나 더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지식만으로는 지금도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MZ 세대의 문해력이 자주 거론되는 걸 보아도, 결국은 단순한 지식 보유량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의 지식과 새로운 지식 사이를 연결 짓고, 창의적인 가치를 찾아낼 수 있도록 지혜와 통찰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더군다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그로 인한 윤리적 문제도 새롭게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모두가 들썩이는 신기술이니 당연히 문제점도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오래된 논제로는 AI 편향성의 문제가 있고, 이 책에서도 역시 그에 대해 우려를 표합니다.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 단어의 뜻은 환각, 환청인데, AI와 연관해서 쓰일 때는 ‘AI가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답하는 것’을 뜻합니다. (…)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학습하는 데이터 자체에 오류가 있거나 편향되어 있는 경우 혹은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데이터로 학습하는 경우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AI가 잘못된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그럴듯함의 오류가 발생한 거죠. 인공지능이 내놓는 답변의 문제가 바로 이것 (…) 데이터의 편향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 AI라고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AI가 내놓는 답이 100%라고 여기다가는 언젠가 큰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있습니다.
- 본문 발췌
Chat GPT가 야기할 만한 논란 중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바로 환경문제입니다. 개발사인 Open AI는 2021년 발표된 GPT-3가 학습하는 데 하루에 수천 페타플롭스의 컴퓨팅 파워가 소모된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일일 페타플롭스petaflops/day’란 하루 동안 1초당 1,015 또는 1,000조 번의 신경망 연산을 수행할 때 필요한 전력량을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 이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GPT-3가 화석연료로만 전력을 공급하는 데이터센터에서 학습했다면, 자동차로 달까지 왕복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온실가스가 발생했을 거라고 합니다.
- 본문 발췌
이 외에도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수도 없이 발생할 겁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 상황들을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발전에 크게 기여합니다. 앞으로도 인류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도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지혜는 꼭 필요합니다.
3) 인간은 기계와 경쟁을 하려 들지 말고, 유능한 조수이자 동료로 삼아야 합니다.
인공지능 AI 기술은 대중들이 관심 없던 때에도 부지런히 발전을 거듭하여, 사실 인간인 우리는 그 능력을 이길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굳이 기계를 이길 필요가 없습니다. 애초부터 인간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고자 기계들은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어서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면 되겠습니다.
마치 초벌구이가 된 삼겹살을 굽는 것처럼 (…) 빠른 시간 안에 보다 나은 결과물을 받아들게 되는 사람에게 AI는 꽤나 믿음직한 집사이며, 조수이고, 동료가 됩니다. 회사원이라면 자신의 직무 능력을 끌어올려 주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 GPT와 같은 업무로 경쟁하지 말고, GPT와 업무를 나누는 동료로 삼으세요. 귀찮은 일 다 떠넘겨도 불평 한마디 없고, 가장 믿음직하고, 절대 뒷담화하지 않고, 쉬지 않고 나를 도와주는 이런 동료는 또 없거든요.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극대화해서 효율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혹시라도 떠오르는 게 없다면 그 부분을 어떻게 장착할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 본문 발췌
저자는 인간들의 경쟁력이 기술을 컨트롤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고 여러 번 힘주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AI와 달리기 시합을 할 게 아니라, 운전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주어진 AI의 능력치를 극대화해서 잘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면, 그 자체로 개개인의 경쟁력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읽고난 뒤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이 "GPT, 너 내 동료가 되라"는 말인 걸 보니 전체에 걸쳐 3) 항목이 저자가 꼭 전하고 싶은 이 책의 핵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의 장단점
이 책의 최대 장점을 꼽자면 정말이지 쉽게 읽힌다는 겁니다.
워낙 쉽게 읽히는 탓에 마치 그만큼 쉽게 쓰인 것 같습니다… 만 원래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이 지나치게 쉬워 보인다면, 그건 그 일이 쉬운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천재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 책 리뷰 중, 어떤 핫한 주제가 등장하면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책을 내는 저자라는 내용을 봤는데 그렇다면 이시한 작가는 일단 책 쓰기 천재는 맞는 듯 ..)
다양한 분야에서 80여 권의 책을 썼던 이력 답게, 저자는 여러 분야들을 손쉽게 연관 지으며 독자의 흥미를 끌어냅니다. 특히 일상과 가까운 예시가 적절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아직은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예를 많이 들지만 내용이 지루하진 않습니다. 일반적인 문어체의 글이 아니라 유튜브 영상 제작을 위한 대본처럼 구어체로 쓰였기 때문에 정말 술술 잘~ 읽힙니다.
단점을 꼽자면 역시 내용의 깊이 부분에서 다소 아쉽습니다.
쉽게 읽히는 만큼 그 깊이는 얕게 느껴집니다. 책 후반부로 갈수록 동일한 내용을 재차 풀어쓰거나 반복하는 등 늘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원체 저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부분이 전체적인 전망과 같은, 여러 분야를 아우르고 넘나드는 내용이기에 아마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 주제에 뒤늦게 관심을 가진 저로서는 앞으로의 GPT 활용도를 다양하게 상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볍게 새로운 경향을 파악하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이를테면 바쁜 직장인의 챗GPT 입문서로 제격인 책입니다. 대체 이게 뭐길래 이렇게 난리인지 궁금하긴 한데, 머리 아프고 어려운 책까진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한 번쯤 읽어보시라 권합니다.
저자의 유튜브 채널 <시한책방> - 해당 도서 특집 영상 1, 2
https://youtu.be/gQwcTKrFMLU?si=SI8RpMe5j11EtLt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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