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및 요약
『가짜 노동』은 우리의 일상에서 ‘필요하지 않은 노동’과 ‘진짜 노동’을 구분하며 노동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현대 사회에서 노동이 어떻게 효율성과 가치를 잃고, 억압적 구조 속에서 왜곡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 책의 1부는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일하는지, 대체 왜 아직도 그렇게 많이 일하는지 알아본다. (…) ‘텅 빈 노동’이나 ‘빈둥거리기’ 대신 왜 ‘가짜 노동’이라고 부르는지, 또한 가짜 노동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직장 안에서 작동하는 기제가 무엇인지 (…) 2부에서는 취재원들을 만난다. (…) 3부에서는 해결책으로 시간과 의미를 되찾는 방법을 알아본다. (…) 노동이란 실제로 무엇이고, 일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이 인간에게 왜 중요한가에 대해 숙고한다. 일이란 그저 단순한 돈벌이와 생존 수단이 아닌, 우리의 존재론적 의미가 걸려 있다. (…) 사회 전체적으로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본다.
- 23~25p, 프롤로그
인간은 왜 일하는 걸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두 저자는 다음과 같은 9가지를 들어 설명한다.
1. 생존
2. 돈
3. 본질 (인간의 ‘본질’이 세계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행위를 수행하도록 요구)
4. 적응 (지배적 정상성을 받아들이고 일자리를 얻어 ‘적응’하는 방식으로써의 노동)
5. 타인의 인정 (내 노동을 필요로 하며, 가치를 알아주는 것)
6. 자신의 인정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서 사랑과 보호를 얻어내기 위한 방식으로써의 노동)
7. 청교도적 노동 윤리 (자본주의의 주요 추진력이 되어버린 신앙과 직업윤리, 게으름은 모든 악의 근원으로 여겨짐)
8. 대안의 부재 (노동 외에 달리 뭘 할지 모름)
9. 불안 저지하기 (남아도는 자유 시간이 공포와 불안으로 다가옴)
- 332p~, 본문 발췌
저자 소개
이 책의 저자 덴마크의 두 사회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와 안데르스 포그 옌센은 현대 노동 사회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고찰해왔다. 이들은 각자의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노동, 사회학, 철학적 관점을 종합해 ‘가짜 노동’이라는 독창적인 개념을 제시하며 현대인의 노동 문화가 가진 문제점을 파헤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사람이 서로 정치적 진영이 다르다는 것이다. 뇌르마르크는 보수적인 성향을, 옌센은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본질과 가치를 재조명한다는 공통의 목표 아래 협력해 이 책을 완성했다. 이는 그들이 제시하는 논의가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폭넓은 관점에서 노동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협력은 우리가 종종 대립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적 스펙트럼이 아닌, 공동의 목표를 중심으로 한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다.
핵심 메시지, 후속 도서 『진짜 노동』
책의 핵심 메시지는 노동의 비효율성과 불필요함을 직시하고, ‘진짜 노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회의 중심의 문화, 과도한 보고 체계, 실질적 생산성 없이 보여주기식으로 이루어지는 업무를 ‘가짜 노동’으로 규정한다. 또한, 노동자들이 이러한 비효율적인 구조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스트레스와 소진을 경험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철학적 통찰과 실질적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의 본질을 성찰하도록 유도하며, 왜 진짜 노동이 중요한지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2024년 4월, 아래 후속 도서가 출간되었으니 연달아 함께 읽어본다면 우리가 원하는 진짜 노동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윤곽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전작에서 무엇이 가짜 노동인지, 무엇이 우리의 시간과 정신을 낭비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토의했다면 후속작인 『진짜 노동』에서는 이제 그러한 가짜 노동을 탈피하는 실용적인 방법들을 안내한다. 더 나은 조직 문화에 관심 있는 관리자들에게 너무 무겁지 않게 권하기 좋은 책이다.
독자로서 생각해볼 질문들
이 책은 독자에게 여러 질문을 던진다. 특히, 직장 생활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생각해 보기 좋은 질문들을 제공한다.
우리가 매일 수행하는 업무 중 ‘진짜 노동’과 ‘가짜 노동’은 각각 얼마나 될까?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메일과 회의로 보내지만, 끝나고 나면 무엇을 성취했는지 느끼기 어렵다. 이 시간은 정말 필요한 일이었을까?”
조직 내 불필요한 절차나 관행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보고서를 작성한 후, 그 보고서를 다시 요약하는 보고서를 요청받는 일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일’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우리는 왜 일하는가?
“당신은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을 언제 처음 느꼈는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우리 모두가 생산성을 올리고 있다고 믿는 시스템에서, 왜 사회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는가?”
성평등과 직장 내 성차별 문제와의 연결
『가짜 노동』에서 다루는 비효율적 노동 구조는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1.1%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2022년 기준 여성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18,113원, 남성은 24,885원으로, 여성 임금이 남성의 약 72.8%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격차는 여성의 고용 형태, 경력 단절, 직장 내 성차별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특히 여성에게 집중되는 감정노동은 대표적인 ‘가짜 노동’의 한 형태로, 이들에게 과도한 친절과 서비스 태도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부담을 가중시킨다. 직장 내 성차별적 관행과 유리천장 문제는 단순히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 시장 전체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구조적 문제이다.
이 책은 성차별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성별 임금 격차와 비효율적 구조의 문제를 연결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진짜 노동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성평등한 노동 환경이 필수적이며, 이는 사회적, 경제적 차원에서 공정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길이다.
아쉬운 점과 더 나아가야 할 방향
책은 유럽 중심의 사례를 다루고 있어, 한국처럼 독특한 노동 문화를 가진 국가의 현실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독자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장시간 근로, 경직된 고용 관행, 그리고 과도한 보고 중심의 업무 문화가 특히 심각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좀 더 보편적이면서도 다양한 국가와 문화에 맞춘 대안을 제시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또한, 노동의 비효율성 문제를 넘어 노동의 윤리적 가치, 특히 노동을 통한 자기실현과 공동체적 연대의 가능성에 대해 좀 더 심층적인 논의가 포함되었다면 책이 제시하는 메시지가 더욱 풍부해졌을 테다. (물론 이러한 아쉬운 점이 있기에 더더욱 전세계 독자들에게서 커다란 반응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더 나은 노동 환경과 삶을 위한 변화
『가짜 노동』은 우리가 매일 당연하게 여겨왔던 노동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하며, 효율성과 생산성 너머의 더 깊은 가치를 탐구하도록 독려한다. 책에서 제기된 질문들은 단순히 노동 현장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스스로 묻도록 한다. “내가 하는 일은 진짜 노동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사회적 차별과 구조적 문제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노동이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삶을 구성하는 본질적 활동임을 일깨우며, 그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개인과 사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이 책은 단순히 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더 나은 노동 환경과 삶을 위해 질문하고 변화할 것을 촉구하는 책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개인적 성찰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변화를 위한 실천적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책들이 주기적으로, 더욱 다양하게 쏟아져 나와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요즘 우리에겐 이러한 촉구가 매우 절실하다. 진영을 가르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 모두가 서로의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장이 턱없이 부족하다. 모두가 알고리즘 탓에 수용하기 편하거나 제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을 소비하는 세상이다.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주저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민주적인 공론장이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 Best 3
— ‘일’, ‘노동’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들을 골랐다. 무엇보다도 ‘가짜 노동’을 가장 손쉽게 만들어내는 것은 일상적으로 듣는 ‘개소리’들이다. 함께 읽는다면 다각도에서 심도 있는 통찰을 해볼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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