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재/서평

『채식주의자』 서평: 기저에 도사리는 억압과 폭력

by 도야 DOYA 2024. 11. 30.

최근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쾌거를 이뤘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같은 한국의 동시대인으로서 너무나 자랑스러운 일이다. 애초에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원어로 읽을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희박한지에 대해 이미 갑론을박해본 경험이 있어, 소식을 듣자마자 정말이지 내가 받은 것처럼 개 큰 기쁨... 정말 무지막지하게 기뻤다. 더군다나 오래 전부터 뒤따르며 덕질하던 한강 작가의 작품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 먹힌다는 것이 제대로 증명된 듯하여 개인적 감동도 컸다. 내 취향 생각보다 제법 메이저였잖아?! (아님)

 
채식주의자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 1부《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2부 《몽고반점》, 그리고 3부《나무 불꽃》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혀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스스로가
저자
한강
출판
창비
출판일
2007.10.30

 

진화하는 작가, 한강

그간 한강의 작품들은 한 개인의 삶에 스며든 인간 본성과 사회적 구조를 탐구하며,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왔다. 매 작품마다 문학적 감수성이 깊어지며, 그에 따른 서사 전달력이 계속해서 진화하는 작가다. 1995년 데뷔작 『여수의 사랑』은 정교한 언어와 섬세한 감정을 통해 관계의 균열과 회복을 탐구했다. 이후 『그대의 차가운 손』과 『채식주의자』에서는 인간 본능과 억압,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며 그의 문학적 정점에 이르렀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는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화제가 된 작품이다. 『소년이 온다』와 『흰』에서는 역사적 비극으로 인한 인간 내면의 치유를 시도하며 점점 더 철학적이고 보편적인 경지로까지 확장되었다.

 

영리한 구성의 작품: 주인공은 스스로를 구호救護 할 수 없다

『채식주의자』는 표제작을 포함한 세 편의 연작 소설로 구성된다. 1부 ‘채식주의자’는 영혜의 남편이, 2부 ‘몽고반점’은 영혜의 형부가, 3부 ‘나무 불꽃’은 영혜의 언니 인혜가 서술하며, 각각의 시점은 주인공인 영혜를 자신들의 해석과 욕망의 틀에 맞춰 바라본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영혜의 이야기는 온전히 그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화자들의 왜곡된 시선을 거쳐 전달된다.

영혜는 어느 날 “나는 더 이상 고기를 먹지 않을 거야”라는 선언을 하며 평범한 삶에서 이탈한다. 영혜의 변화는 단순히 채식을 선호하는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다분히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사회 구조에서 내몰린 채 이루어진 선택이었다. 영혜의 가족들은 영혜의 채식 선언―이라기보단 사실 또 다른 폭력의 구조에서 얻어지는 육식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보임―을 ‘비정상’으로 간주하고, 강제로 고기를 먹이려 하며, 걱정으로 포장된 가부장적 폭력을 아낌없이 행사한다. 특히 아버지가 저지르는 폭력은 전통적 권위와 억압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영혜는 스스로를 지키고자 자해까지 시도하며 최선을 다해 저항하지만, 영혜의 목소리는 철저히 묵살된다. 그저 모두가 각자의 폭력적인 방식으로 영혜를 ‘정상’으로 되돌리려 한다.

1부 ‘채식주의자’ - 남편
영혜를 자신의 삶에 맞춰 통제하려는 남편은 작품 초반부터 영혜를 “별다른 특징이 없는 여자”로 규정하며, 그저 자신의 욕망을 적당히 충족시키는 도구처럼 여긴다. 낡고 쓸모를 다하지 못하는 가전제품을 교체하듯 영혜와의 관계를 끝내 절단하는 인물이므로, 당연히 통제를 벗어나는 영혜의 극단적인 변화가 남편에게는 위협적으로 다가왔을 테다. 교묘한 방식으로 영혜의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는 꼴이 비겁하고 같잖았다. 어떻게든 영혜를 ‘제자리’로 돌리려 해결 방안을 찾는 모습이 오히려 더 평범한 인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떻게든 다수의 테두리, 평범하고 ‘정상적’인 무리에 속하고 싶은 욕구는 현대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일정 부분 학습하게 된다. 실제로 나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니까. 그렇기에 남편의 시선과 언행은 주변에 늘 깔려있어 흔하게 마주치는, 억압적 가부장제에서 여성을 객체화하고 통제하려는 시스템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부 ‘몽고반점’ - 형부
형부는 영혜를 자신의 예술적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녀의 몸은 완벽한 화면이었다”라는 표현은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을 보여준다. 형부의 시선과 욕망은 창조와 파괴의 경계를 오가며, 결국 또 다른 억압의 도구로 작용한다. 또한 오랜 시간 품어온 나의 질문―예술가와 그의 창작물을 완전히 분리해야 하는가?―과도 이어지는 부분이 많아서 2부는 참 여러번 다시 읽었다. 나중에는 단순히 형부와 처제의 바람, 불륜 같은 키워드보다는 차라리 예술, 권력 등의 키워드로 설명해야 하는 이야기처럼 읽히기도 했다. 영원히 이해하고 싶지 않은 역겨운 욕망의 형태였지만, 그 얼개라도 이해해보고 싶어 읽는 내내 정말 속 시끄러웠다.

3부 ‘나무 불꽃’ - 언니
유일한 여성 화자인 영혜의 언니 인혜는 영혜의 삶과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며 “어쩌면 나도 그녀처럼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인혜는 영혜의 탈피를 이해하지만, 스스로는 그 억압적 구조를 떠나지 못한다. 이는 억압 속 ‘순응과 저항’ 사이의 딜레마를 상징할 것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이 범인에게 동조하고 감화되는 비이성적인 심리 현상―과 같이, 가해자에게 스스로 순응하고 동조해 온 그간의 시간들이 오히려 피해자 스스로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다. 내가 차별, 억압, 폭력 등에 늘 민감하고 곤두서게 되는 이유는 이런 딜레마조차도 시간이 쌓이면 학습되어 스스로를 옭아맨다는 점이다. 더불어 그 모든 걸 애초에 감지하지 못하게 되어버리면, 나 조차도 누군가에게 인지하지 못한 채로 폭력을 저지르게 될까 두렵다. 누군가가 나로 인해 영혜처럼 삶이 괴로워질까 두렵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가깝게 느껴진 화자였다.

 

다양한 폭력의 형태: 누군가를 자의적으로 재단하고 명명하는 일

이러한 인물들과의 관계도 속에서 영혜가 스스로 육식을 거부하고, 나무―누구에게도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살아가는 식물―가 되고자 하는 욕망은 단순히 폭력적 환경을 벗어나려는 소망으로만 보이진 않는다. 그보다는 폭력과 억압이 없는 세계로의 귀의歸依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혜는 더 이상 인간의 기준으로 정의되고 싶어하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 자체를 새로운 방식―중력을 거슬러 나무가 되고자 물구나무를 서 듯―으로 재정의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만약 영혜의 구성 성분을 수치로 표기할 수 있다면, 각기 다른 화자들이 서술하는 영혜는 영혜 본인과 몇 퍼센트나 일치할까. 아니, 어느 정도의 일치율이면 그것을 영혜 본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애초에 영혜는 ‘채식주의자’라 명명할 수 있는 사람일까. 우리는 구조적 폭력에 저항하며 스스로 나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을 그렇게 정의하진 않는다.

한 사람에게서 어떤 신념이 강력하게 형성되기 위해선 대개 지난한 시간과 고통이 수반된다. 그러한 시간들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위장 장애를 앓고 난 뒤 갑자기 채식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둥 남편 본인이 남들에게 둘러대기 좋은 자의적 해석으로 ‘채식주의자’라 정의되는 것조차 영혜 입장에서는 폭력적이지 않은가. 타인의 시선과 해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들은 이와 같은 폭력에 얼마나 자주 노출되고 있을까. 이러한 폭력은 어째서 이토록이나 자연스럽게 감춰지고 묵인되며, 끝내 누군가 목숨을 잃어야만 가시화 되는 걸까.

무엇보다도 최근 독서 모임이 진행된다는 소식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떠오른 생각은 정말 섬찟했다.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2007년, 내가 처음 이 책을 읽었던 2012년, 그리고 2024년 현재의 사회적 억압과 구조적 폭력은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한강의 문학이 내어놓은 질문들

작품이 제기하는 억압과 폭력의 문제는 단순히 영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이야기다. 이 억압적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끊임없는 대화와 질문이다. 영혜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채식을 선택한 것처럼, 우리도 스스로에게 묻고, 주변과 대화하며, 어떤 억압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이야기는 결국 한 개인의 파멸로 끝나지만, 그것이 던지는 질문들은 오히려 독자에게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삶에 문학이 필요한 이유는 참 다양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문학―이야기, 서사―의 존재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이다. 좋은 문학은 이야기가 끝나면, 좋은 질문이 시작된다. 그것이 주변 사람과의 대화와 변화 또한 쉽게 촉발한다.

이 책을 포함하여 한강의 작품들을 뒤따르며 내 안에서 시작된 질문은 가령 이런 것들이다. 그간 나의 체면을 위해 알면서도 묵인해 왔던 구조적 폭력, 사회적 시선은 어떤 게 있을까? 명명백백 서술하기 힘든 교묘하고 은밀한 폭력에 맞서기 위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 누군가가 이러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면, 나는 어떻게 그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까? 그 외 많은 질문들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나를 확장시키며 진화하고 있다.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선 결국 지속적으로 문제를 드러내고, 공론화하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다. 억압적인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개인의 인식 변화와 함께 공동체적 연대가 필수적이며, 이는 정말 작은 대화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독서 모임을 자꾸 찾게 되는 것도 이러한 자기 확장이 즐겁기 때문인데, 하필 이번 책 모임을 참여할 수 없어 정말 아쉽다.

그런 맥락에서 나에게 『채식주의자』는 사회적 억압과 폭력의 본질을 직시하며, 우리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질문하고 대화해야 함을 상기시키는, 단순히 자극적 소재로만 셀링되는 것이 아쉽고 불편할 정도로 “좋은 문학”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의 한강이 문학을 통해 던져줄 또 다른 질문들이 기다려진다. 그의 작품들을 통해, 서로의 질문에 답을 하려는 시도―좋은 질문이 오가는 대화―를 통해, 우리는 더 깊고 보편적인 변화를 꿈꿀 수 있다. 인간의 놀라운 번성은 대개 그러한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되었다.

 

 

철저히 내 기준 한강 작품 Best 3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흰』. 2018년 맨부커 인터네셔널 부문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2013년 겨울에 기획해 2014년에 완성된 초고를 바탕으로 글의 매무새를 닳도록 만지고 또 어루만져서 2016년 5월에 처음 펴냈던 책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무력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한 권의 시집으로 읽힘에 손색이 없는 65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강보, 배내옷, 각설탕, 입김, 달, 쌀, 파도, 백지, 백발, 수의…. 작가로부터 불려나온 흰 것의 목록은 총 65개의 이야기로 파생되어 ‘나’와 ‘그녀’와 ‘모든 흰’이라는 세 개의 장 아래 담겨 있다. 한 권의 소설이지만 각 소제목, 흰 것의 목록들 아래 각각의 이야기들이 그 자체로 밀도 있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나’에게는 죽은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언니’의 사연이 있다. 나는 지구의 반대편의 오래된 한 도시로 옮겨온 뒤에도 자꾸만 떠오르는 오래된 기억들에 사로잡힌다. 나에게서 비롯된 이야기는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겨간다. 나는 그녀가 나대신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하고, 그런 그녀를 통해 세상의 흰 것들을 다시금 만나기에 이른다.
저자
한강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8.04.25
 
소년이 온다
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고 전세계 20여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세계를 사로잡은 우리 시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게 “눈을 뗄 수 없는, 보편적이며 깊은 울림”(뉴욕타임즈),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소설”(가디언),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문학평론가 신형철)이라는 찬사를 선사한 작품으로, 그간 많은 독자들에게 광주의 상처를 깨우치고 함께 아파하는 문학적인 헌사로 높은 관심과 찬사를 받아왔다. 『소년이 온다』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를 통해 한강만이 풀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1980년 5월을 새롭게 조명하며, 무고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진심 어린 문장들로 5·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가장 한국적인 서사로 세계를 사로잡은 한강 문학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인간의 잔혹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증언하는 이 충일한 서사는 이렇듯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인간 역사의 보편성을 보여주며 훼손되지 말아야 할 인간성을 절박하게 복원한다.
저자
한강
출판
창비
출판일
2014.05.19
 
채식주의자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입지를 한단계 확장시킨 한강의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를 15년 만에 새로운 장정으로 선보인다.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 상상력의 강렬한 결합을 정교한 구성과 흡인력 있는 문체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한강만의 방식으로 완성한 역작이다. “탄탄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그리고 아마도 그들의 꿈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라는 평을 받으며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던 『채식주의자』는 “미국 문학계에 파문을 일으키면서도 독자들과 공명할 것으로 보인다”(뉴욕타임스),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이다”(가디언)라는 해외서평을 받았고 2018년에는 스페인에서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는 등 전세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100만부 가까이 판매되었다.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가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장편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은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서술되며 영혜는 단 한번도 주도적인 화자의 위치를 얻지 못한다.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가부장의 폭력, 그리고 그 폭력에 저항하며 금식을 통해 동물성을 벗어던지고 나무가 되고자 한 영혜가 보여주는 식물적 상상력의 경지는 모든 세대 독자를 아우르며 더 크나큰 공명을 이루어낼 것이다.
저자
한강
출판
창비
출판일
2022.03.28

 

 

함께 추천하고 싶은 소설 Best 3

- 여성 서사, 인간 내면의 탐구가 가능한 촘촘한 전개

 
동경
미지를 집요하게 탐구하고 그것을 정확한 문장들로 서사화하는 데 ‘진심’이다. 한 사람의 마음은 하나의 생애를 모두 담고 있으니, 작가이자 ‘마음 탐구자’인 김화진이 단편보다 더 긴 이야기 형식을 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동경』에는 일과 꿈, 개별적 존재로서의 자신과 가족이라는 삶의 주요한 화두들 앞에서 흔들리는 세 여성이 등장한다. 이제는 마냥 어리다고만 할 수도, 그렇다고 어엿한 어른이라고도 할 수 없는 서른 언저리의 나이, 자주 혼란스럽고
저자
김화진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4.06.20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1992년 초판이 나오자마자 페미니즘 논란과 함께 화제의 중심에 오른 양귀자의 장편소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저자가 펴낸 두 번째 장편소설로, 젊은 여성이 인기 남자배우를 납치해 감금하고 조종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성 억압의 현실을 고스란히 뒤집어 학대당하고 조련당하는 남성을 보여주는, 앞선 페미니즘 소설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공격적인 방법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의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면서 처음부터 소설의 흡인력을 최대치로
저자
양귀자
출판
쓰다
출판일
2019.04.20
 
화이트 호스
2020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강화길의 두번째 소설집『화이트 호스』. 작가는 긴장감 넘치는 서사 속에 여성에게 가해지는 혐오와 폭력의 문제를 절묘하게 녹여내며 다른 누구도 아닌 강화길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제 강화길은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위협뿐만 아니라 소문과 험담, 부당한 인식과 관습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여성을 교묘하게 억압하는 거대한 구조를 파헤친다. 마치 유령처럼 설핏 드러났다가 모습을 감추는 이러한 구조를
저자
강화길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0.06.12